이제 내 신분은..

8살에 학교에 입학하고부터 난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그리고 우연찮게(?) 대학생이되었다.
정말 아무 생각없이 살았던 학창 시절이다.
나란 아이는 특별한 꿈도, 특별히 잘하는 것도, 특별히 무언가에 욕심이 있는 것도...
정말 아무것도 없는 그냥 평범한 학생이란 신분에 만족하며 살았다.
한때는 이러다가 20살에 죽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정말 허무주의, 쉽게 말해 정말 생각이 없는 나였다고나 할까.
그러다가 우연찮게, 정말 우연찮게 대학교에 들어가
그나마 나란 아이가 세상에 아주 작게나마 존재감을 드러냈던 글을 배우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딱히 배운 건 생각이 안 난다.
그저, 글이란 참으로 어렵고도 쉬운 거구나.
쉽게 누구나 쓸 수 있지만, 글이 되긴 정말 어려운 거구나.
그걸 4년 동안 배웠다.
더 이상 학생이란 신분으로 있을 수 없게 되었다.

'아, 이젠 무언해야 할까.'
'난 이제 그냥 아무개인가.'
등등..

나란 인간이 세상에 투명인간이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게 졸업이구나 싶었는데,
출판사에 취직을 했다.
그것도 교수님 추천으로!
정말 생각지도 못한, 편집자가 뭔지도 모르고(수업을 받긴 했지만 영 기억이..), 더군다나
무협이 뭔지, 판타지가 뭔지도 모르고 회사에 출근했다.
더군다나 회사하고 집까지 버스로 30분. 20년을 살면서 이렇게 가까운 곳에 출판사가 있는 줄
모르고 살았는데 말이다.

그렇게 해서 회사 생활이 시작되었다.
첫날, 그래도 치마에 구두 신고 갔는데,
쪼그리고 앉아서 이면지 정리만 죽어라 했다. 산처럼 쌓아 있는 이면지를 혼자 구석에서
일명 돼지발톱으로 철심을 뽑고 붙어 있는 포스트잇을 떼며 쓸 수 있는 이면지와
버리는 이면지를 정리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앉아서 책을 봤다. 정말 졸려서 죽는 줄 알았다. 그때까지 회사에서 커피도
혼자 타 마실 줄 몰랐고, 무작정 책상에 앉아 읽어보라고 준 책을 다 읽었다.
그리고 다음날 일을 시작했다.
그때는 퇴근 시간 1시간 남겨놓고 일주고 가는 선배가 왜 이리 밉던지.
난 정말 나중에 후배가 들어오면 이러지 말아야지라고 다짐을 했다.
일이 힘든 것보다 사람과의 일이 더 힘들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 처음으로 이 악물고 뭔가를 해서 이겨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이런 결심으로 일했다. 결국 그 선배는 회사를 나갔다. 물론 나 때문은 아니다.;
그리고 팀이 몇 번 바뀌다가 지금은 주니어로 간 김과장님, 그때는 그냥 언니였는데
그렇게 둘이 팀이 되어서 정말 미친 듯이 일했다.
회사에서 밤새면서 일하고, 그담날까지 일하고 그리고 어김없이 출근하고,
한 달에 20권을 마감했었나?
정말 미친 듯이 일했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그런데도 그때도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즐거웠던 시간이다.
둘이 만나 종종 그때 일을 회상하면 언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서로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정말 힘들었을 시간이었는데도 왠지 모르게 즐거웠고,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 즐거웠던..
그리고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언니와 함께라면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신나게 일해본 게 언제였던가.
그립다.

다시 팀이 바뀌고, 또 팀이 바뀌고
그러다 정대리님, 유대리님, 나.
한 달 동안 오전 근무만 하는 나 때문에 힘들었을 울 팀원들.
모두 나보다 상사인데, 여러모로 날 챙겨주고 막돼먹은 날 귀여워해준 분들.
이분들 때문에 많이 망설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나 자신에게도 휴식이 필요한 시기라 생각했다.
언젠가부터인가 일에 요령이 생겼다.
 어설펐지만 무언가  하나를 해도 열심히 하려고 했던 난 없고,
요령껏 게으름이나 피우고, 주어진 일에 맞추어 틀 안에만 있을려고 하는 나를 발견했다.
편집인으로서의 나보다 회사에 한자리 차지 하고 앉아 자리보존이나 하고 있는 나를...

꿈이 없던 십대를 보냈다면, 이제 꿈을 꿀 준비를 했던 이십대를 보내고
그 꿈을 이룰  삼십대를 그리며,
난 회사원의 신분을 버렸다.

이젠 그냥 하나뽕일 뿐이다.
앞으로 어떤 신분이 될지 모르는 하나뽕.

by 하나뽕 | 2009/01/17 23:05 | 하나뽕 세상 | 트랙백 | 덧글(2)

마야14권 완결권까지....

2006년 4월 27일에 1, 2권을 작업했다.
그리고 2008년 11월 10일에 14권 완결 원고를 마감했다.
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즐거움은, 누구보다도 원고를 제일 처음 읽는 독자가 된다는 것.
편집자이면서 한 사람의 독자로서 원고를 읽는 즐거움이란....
너무 좋다.
특히 마야는 좋아하는 설봉 작가님 작품인데다가, 1권부터 14권까지 모두 내 손으로 작업했다는 점.
이렇게 긴 권수도 처음이고, 2년이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 있는 시간 동안 마야와 소통한 사람이라는 게
너무나 가슴 뿌듯하다.
집에 가야 할 시간인데,
왠지 모를 아쉬움과 섭섭함에 마야 원고를 쉽게 손에서 못 놓고 있다.
이젠 끝났구나. 완결이야. 마지막. 대미.
이런 서운한 마음을 아셨는지, 작가님이 원고에 함께 보내주신 도장.ㅋㅋ
본문에 넣어가는 줄 알고 작고 앙증맞게 작업했는데, 첨부되는 게 아니라고 하셔서
뺐는데, 아쉽다.ㅎㅎ

 

『마야』 大尾 

 



이거 넘 맘에 든당.


by 하나뽕 | 2008/11/10 18:31 | 하나뽕 세상 | 트랙백 | 덧글(4)

비몽에서 영화는 영화다

비몽.
오다기리 죠와 이나영 주연의 비몽.
나에게 행복한 꿈이 누군가에게는 불행한 현실이 되는..
현실에서 만날 수 없는, 아니, 이룰 수 없는 두 사람의 사랑처럼
오다기리 죠는 일본어로 이나영은 한국어로 애기한다. 하지만 서로의 의사소통에 있어
문제될 것은 없다. 이 점이 처음에는 좀 어색하게 다가왔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이나영의 집안에서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눌 때의 장면에서 탁월한 연출 감각을 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있지만 오다기리 죠가 말을 할 때 이나영은 천으로 가려져 불투명해진다.
그리고 반대로 이나영이 말을 할 때는 오다기리 죠가 다른 색깔의 천에 가려진다.
함께 있어도 같은 공간에 있을 수 없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대화 자체도 그런 이질감을 나타내려는 것 같았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오다기리 죠와 이나영이란 두 배우의 비쥬얼만큼은 비몽이란 이미지와 딱 맞은 듯하다.
그리고.....
마지막에 김기덕 감독이란 것을 알고 나서야 모든 것이 이해가 되는 건 왜일까(김기덕 감독의 작품인 줄 알았으면
극장에서 안 보았을지도;)..

영화는 영화다.
소지섭과 강지환.
강지환을 보자마자 자꾸 홍길동이 생각나서..;;
"난 홍길동이다!"라고 외치던 특유의 목소리가 어쩜 이 영화에서도 그대로 나오는지..ㅋㅋ
'영화는 영화다'를 끌고 가는 큰 축인 소지섭.
정말........... 멋있다.
달랑 양복 한 벌로 영화 한 편을 찍은! 아! 양복 한 벌로 영화 한 편을 찍은 위인이 또 있다. 키아누리브스의 '코드명 J'. 
극장에서 잘 수도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해준 영화.
아무튼, 소지섭이란 하나의 배우를 보는 것만큼으로도 너무나 흐믓했다.
비몽에서 현실에 있을 수 없는 연인에 대한 사랑을 말했다면,
영화는 영화다에서는 현실과 영화란 허구의 공간에 있을 수 없는 두 사람을 말하고 있다.
결국 소지섭은 자신의 현실 세계로 돌아갔다.
그리고 강지환은 영화 속 자신의 공간에서 나와 현실에 한 발자국 내딛게 된다. 믿었던 자에 대한 배신이란 아픔으로
허구의 껍데기가 한 꺼풀 벗겨지지만, 그로써 진정한 자신의 현실을 찾는 계기가 된다.

다시 마지막에 제작 김기덕! 각본 김기덕!을 보았다.
아~ 왠지 또 '영화는 영화다'의 모든 게 이해가 되는 건 왜일까.......


  

by 하나뽕 | 2008/10/14 10:41 | 유치뽕~ | 트랙백

섀델 크로이츠 2부-필라소퍼 편


 

1부 화사무쌍 편이 등장인물의 소개와 만남이었다면,
 2부인 필라소퍼 편에서는 각 인물들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마녀, 천요, 역전체 등 인간을 뛰어넘는 존재들.
그리고 섀델 크로이츠 부대원들 역시 평범하지 않다.
보통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뛰어난 능력과 강한 힘.
 하지만 이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상처 하나 정도는 껴안고 살아가는, 그 내면은 한없이 나약한 존재들이다.
두 번째로 작업하는 이경영 작가의 작품이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이경영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정 하나하나를 하나의 캐릭터로
대변하여 그것을 표현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많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조금 과장되고 극단적인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어찌 보면 그 인물들 하나하나가 가지고 있는 감정의 표현이
너무나 현실적이고, 가슴에 와 닿아 감동을 준다.
동료란 이름으로 뭉친 이들은 때론 서로 싸우기도 하며, 적과의 전투를 통해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고 더 강해지는 모습이 이경영 작가 특유의 유머와 함께 잘 버무려져 있다.

여기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섀델 크로이츠 부대원들의 전투 모습.
정말로 섀델 크로이츠 부대의 임무가 시작된 것이다.
 



by 하나뽕 | 2008/09/22 17:42 | 하나뽕 세상 | 트랙백

차 없는 날?

서울의 차 없는 날.
전철비가 무료란다.
서울에 차 진입이 통제된다고 한다.
서울로 출근하지 않고, 자전거로 출근하는 나에겐 남의 나라 이야기.
그런데 여의도로 출근하는 오빠에게 전화가 왔다.

"지금 전철인데, 사람들 대따 많아!!"

서울로 출근하는 사람들 모두 출근길에 사람으로 꽉찬 지하철을 타고 출근했다고 한다.
누구를 위한 차 없는 날인 건지...

by 하나뽕 | 2008/09/22 14:46 | ☆꼴이야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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